디자인과 수학은 전혀 관련이 없을까?

흔히 한국에서 디자이너는 수학을 할 필요가 없다고 여겨진다. 수학이 하기 싫어서 미대로 왔다는 말도 들어봤다. 나 또한 수학에 대해 깊게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과연 수학과 디자인은 전혀 상관이 없을까. 요즘의 나는 전혀 동의하지 않는다. 오히려 수학은 직접적으로 드러나지 않고 숨겨져 있을 뿐이다. 일러스트레이터로 펜툴로 오브젝트를 그릴 때를 생각해보자. X, Y 축의 좌표에 점을 찍고, 마우스가 지정하는 방향인 벡터로 베지어 곡선을 그려간다.

디자인 뒤에 숨어 있는 수학적 개념들

최근의 나는 프로세싱이라는 툴을 통해 파라메트릭 디자인을 해보면서 형태 생성을 위한 수학적 지식을 습득했다. 예컨대 원형을 그리기 위해서는 삼각 함수를 알아야 하는 식이다. 우리 주변의 모든 사물은 3D 모델링이라는 수학적 접근을 통해 그려질 수 있다. 모든 형태는 수학적으로 분석 가능하다는 것을 말한다. 심지어 무작위의 값조차 프로그래밍 언어를 통해 쉽게 생성한다는 것은, 원한다면 인간의 머리에서 나오기 어려운 형태를 컴퓨터를 이용해서 생성가능하다는 것이다.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도 파라메트릭 디자인으로 설계되었다. 감각적인 건축가가 유기적인 형태의 스케치를 해서 유선형의 형태를 그렸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사실 그 이면에는 수학적 설계가 있다. 그래스호퍼를 통해 모든 형태를 생산 가능한 형태로 나뉘어 생산된다. 그러나 모든 디자이너에게 수학적 지식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더 나은 디자인을 하기 위한 과정과 도구로서 필요하다는 것이다.

더 나은 디자이너는 수학을 이용할 뿐이다.

정말 중요한 것은 수학적 접근과 사고이다. 고대 그리스로부터 수학과 기하학은 복잡다단한 세계를 일원화하는 도구로 여겨졌다. 수학과 기하학은 이성적 사고의 상징이다. 그러나 항상 이성적일 수는 없다. 현대는 욕망을 긍정한다. 이제 디자이너도 욕망이 흐르는 흐름 속에서 이성적인 순간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 디자인을 문제 해결의 관점에서 보자면, 사용자에 대한 설득력과 결과물에 대한 타당성을 위해 이성적 사고는 필수적인 것이 된다. 예술에 있어서도 벗어나기 어렵다. 단순히 붓으로 그리는 것이 아닌 현대 예술의 모호해진 경계에서 이성적 사고는 작업을 위한 하나의 도구가 되기도 한다. 디자이너는 이성적이어야 한다는 말이 아니다. 디자인이라는 직관이 지배하는 활동을 하는 디자이너는 그저 이성이라는 도구를 활용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