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넨도 디자인 이야기'를 읽고 떠오르는 생각

Table of Contents

질문

토탈 디자인을 하는 디자인 회사와 업종의 카테고리를 명확히 지정한 디자인 회사 사이에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토탈 디자인 부정하는 것은 여러 분야의 일을 수주하는 디자인 업계 자체를 비판하기 보다는, 전문성 없이 디자인적 경쟁력은 고려하지 않고 마구잡이로 일을 수주하는 것을 비판하는 것이고 본다. 넨도를 보면 일본에서도 토탈디자인에 대해 국내와 비슷한 인식이 있는 듯하다. 하지만 넨도는 애초에 디자인에 경계가 없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출발했다. 그러한 선택은 넨도의 전략과도 일치한다.

스페셜리티를 위해 다른 작업은 하지 않아야 할까?

디자인 회사(스튜디오)는 다른 기업의 이미지로 성장하는데, 대표작이 있고, 그 제품을 기반 (마케팅의 요소로)으로 성장해 나가는 식이다. 넨도는 클라이언트에게 의사와 같은 역할을 하는 디자인 회사라고 한다. 의사가 대표 환자를 내세우는 것이 아니라, 각기 다른 환자의 다른 처방 그리고 최선을 다하는 것을 말한다. 넨도에게 클라이언트를 고르는 행위는 전혀 중요하지 않았을 것이다. 어떤 클라이언트든, 업종이든 디자인적 관점을 가지고 접근했을 것이다.

디자인 회사의 아이덴티티는 얼마나 요구되는가.

디자인 회사에게 (너무 부담스러운) 아이덴티티는 다양한 일을 수주하기 위해서는 불필요할 것이다. 카림라시드 등 색채가 뚜렷한 작가주의적 디자이너는 예술가에 가깝게 봐야 한다.

한국적인 디자인 회사는 어떤 것일까?

넨도는 일본의 색채가 뚜렷하게 느껴지는 회사이다. 디자인에 대한 접근도 풀어나가는 방법도 그렇다. 서양 디자인 회사를 넓게 보면, 효율성과 극대화된 자율성, 문제 해결이라는 디자인에 대한 정의로 볼 수 있다.넨도는 정말로 일본적인 디자인 회사라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면 한국적인 디자인 회사는 무엇일까? 내 생각에 한국 디자인에 대한 뚜렷한 이미지가 (아직까지는) 없어 보인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한국의 디자인 스튜디오가 있나? 홍보가 부족한 건가. 내가 모르는 건가. 국내 환경에서 세계적인 스튜디오를 만들기 위해서는 어떤 아이덴티티가 필요할까 (빠르고 역동성을 강조되는, 트렌디한) 내 생각엔 콘텐츠를 만드는 일, 동양철학 기반 혹은 들뢰즈 등 현대철학으로부터 영향을 받은 디자인 방법론, 디자인에 대한 접근 방법, 철학 이런 것들로부터 시작해서 만들어 가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디자인에 있어서 카피는?

넨도에서 이야기하는 ‘면’적인 전개는 카피가 어렵다고 한다. 단순히 형태가 아닌 브랜딩이나 다각도적 전개 등을 이야기하는 듯 하다. 넨도의 공간 디자인에는 효율성, 그리고 드물에 경험이 나타나지만 강조되진 않고 있다. 겉모습은 카피할 수 있겠지만, 그 디자인을 도출하기 위한 접근 방법, 정교화된 콘텐츠는 카피할 수 없다. 내 답은 콘텐츠다. 콘텐츠로부터 발현되는 경험은 카피될 수 없다.

생각

한국에서의 유명한 회사에 대해 내가 잘 모르는 것일수도 있겠지만 한국 디자이너들은 기업(클라이언트)의 이름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어느 유명한 인터넷 기업의 어떤 작품을 했다던지 등의 클라이언트 회사의 이름을 먹고 산다.

좋은 디자인 회사는 (클라이언트의) 사내 디자인팀을 무력화시킨다.기업은 경제적인 측면, 효율적인 측면에서 대부분의 디자인 작업을 사내에서 해결하려고 한다. 특히 디자인에 대한 관점이 후진적인 국내에서는 더욱 그럴 것이다. 하지만 창의성과 외부에서 새로운 DNA를 가져오기 위해 몇몇 라인에서 디자인을 외주로 맡기기도 할텐데, 넨도의 사례처럼 이들의 뛰어난 작업은 클라이언트의 사내 디자인팀을 무력화시키기도 한다. 단, 정말로 잘 어우러져야 하고, 뛰어나고, 좋은 제안이어야만 한다.

말을 잘 할 수있는 곳에서 일해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나는 현재 (2016년 11월 23일) 뱅크웨어글로벌에서 프론트엔드 개발자로 일하고 있다. 내가 부족한 프론트엔드 개발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면 말을 버벅인다. 의사전달이 명확하지 않다. 잘 모르기 때문이다. 디자인에 대한 글을 쓰거나, 주변 사람들과 이야기를 할 때면 자신감에 차있는 내 모습을 문득 발견하곤 한다. 지금은 여기에서 일하지만, 나는 반드시 디자인 일을 할 것이다. 확실히 영어가 중요하다. 넨도는 3개 국어를 할 수 있었기 때문에 성공의 큰 요인으로 작용했다. 아무리 인공지능으로 번역이 된다 하더라도 몸과 하나가 되어 체득된 것과는 다르다.

디자인과 디자인 업계에 대한 인사이트

업무로서 디자인 일을 하다보면 딜레마가 생긴다. 디자인을 하면 할 수록 돈이 안 된다는 사실이다. 디자이너가 디테일에 너무 집착하게 되면 효율성과 수익성이 악화된다. 대부분이 디자인 회사는 넨도에서 말하는 컨베이어 벨트식의 작업으로 먹고 산다. 이렇게 하면 수익을 내면서 살 수는 있다. 비슷비슷한 고객의 요구에 맞게 변주하고 전개하는 기술만 있으면 된다. 하다보면 유사한 패턴도 생길 것이다. 급하면 버려둔 아이디어를 가져와서 대충 진행시키면 된다. 넨도에서는 그래픽 디자인처럼 찍어내는 식의 디자인 작업을 주로 하는 회사가 윤택하고 디자이너의 수도 많은건 사실이라고 밝힌다. 일이 비교적 단순하니 사람 키우는 작업도 간단하다. 이런 곳에서는 디자인 일이 거의 단순 반복 작업에 가깝다. 국내에서는 특히 인건비가 낮은 데다가, 일 자체가 단순하니 쉽게 갈아치운다. 비교적 적은 투자비용으로 스스로 창작하면서 수익을 창출해내는 상품/서비스를 만드는 디자이너라는 직종은 능력이 절대적이지만, 디자이너 업계의 이런 흐름은 오히려 저렴한 디자이너를 생산하고 있는 셈이다.

단순한 업무 비교에 따른 경제 효과 뿐만아니라 비즈니스 모델로 구분했을 때도 차이가 난다. 기업의 예산지출의 관점으로 보면 더욱 이해가 쉽다. 제품 디자인은 상품 개발비에서 비용이 지불되며, 인테리어는 매장 개발비에서 지출된다. 일본과 한국에서도 이 예산은 상품의 판매 수익으로 디자인 비용을 메울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디자인 회사 운영 측면에서 봤을 때, 디자인 작업 비용이 장판 구매비용과 같은 취급을 받는다. 그래서 한국에서는 한샘, 엘지 하우시스 등 내/외장재회사들이 제품을 개발하기 때문에 규모를 키울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디자인 비용과 상품 개발비가 매장 개발비에 포함되면 매출 목표를 높이 설정해야되고 디자인에 족쇄가 된다. 지출한 예산으로 투자된 인테리어는 마케팅 효과를 얻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때문에 디자인이 얼마나 매출에 공헌할 수 있는지 단기적인 성과가 부각되고, 디자인이 아이디어부터 출발하지 못하고, 경영학적인 관점에서 평가된다. 또한 디자인을 풀어나갈 때도 선택지가 줄어들고 이래저래 답답한 상황에서 결과물을 뽑아내야 한다. 심지어 이 작업을 엄청나게 빠르게 공장처럼 디자인을 뽑아내야 그나마 먹고 살 수 있다.

개인주택 설계는 더 심하다. 사실 주택 자체가 돈을 벌어오는 수단이 아니기 때문에 지갑은 더 닫힌다. 주택은 주거 가치가 가장 큰 비율을 차지하고 약간의 투자 가치를 지닌다. 투자를 위한 공장처럼 찍어내는 조립식 주택 시장이 자리잡고 있다. 이곳에서도 주택은 공장처럼 찍혀 나온다. 게다가 설계는 기본이고 현장 관리, 완공 후 유지 보수 등에 시간과 비용이 드는데, 돈은 적게 청구할 수 밖에 없기에 늘 비용을 줄여야 한다. 회사의 유지를 위해 단기간 치고 빠질 수 밖에 없다. 세계적으로도 극소수의 몇몇 회사를 제외하고 설계 회사가 살아남기 어려운 환경에 접어들고 있다. 정작 아이디어와 설계 기반의 디자인 일보다는 공사비를 줄이는데 큰 힘을 쏟아야 한다.

그래픽 디자인은 기업 광고비에서 지출된다. 기업에서는 그래픽 디자인에 들어간 비용을 단기적으로 회수하는걸 목적으로 하지 않는다. 광고비는 비교적 지출이 자유롭기도 하다. 실제로 미대/예대를 나온 디자이너 다수가 광고 업계로 취업하고 있다. 최근에는 UX/UI 분야로도 많이 빠진다. 유사하게 수익/지출 구조의 문제이다. 돈이 흘러드는 업종에 우수한 인재가 모인다는건 당연한 사실이다. 내가 프로그래밍을 하고 있는 것만 봐도 그렇다. 결과적으로 제조 및 가구, 건축 업계에는 우수한 인재가 줄어든다.

먹고 살만 하더라도 부작용은 남는다. 작은 스튜디오의 말도 안되는 인건비는 기본이며, 결과물을 공장처럼 찍어내면서, 디자이너로서 남는게 아무 것도 없다는 정신적인 피폐감만 기다리고 있다. (나 또한 과거 그래픽 디자인을 하면서 웹에 올라갈 쓰레기를 만든다는 생각에 힘들었다) 늘 아이디어를 소진하면서도 충전할 시간이 없다. 아이디어를 발전시킬 능력이 성장하지도 않는다. 모두들 경력 쌓고 관리직이나 대기업 사내 디자인 부서로 들아갈 생각만 할 뿐이다. 이런 흐름이 가속화되면 크리에이티브 분야에서의 미래는 뻔하다.

캐드 도면을 그려주거나 3D 랜더링만 해주는 소수의 회사들도 생기고, 살아남기 위해 그런 선택을 하게 된다. 그럴 의지도 없겠지만, 애초에 이런 수익 구조로 자리 잡힌 회사의 방향을 크리에이티브 기반의 회사로 전환하기는 매우 어렵다. 고착화되는거다.

여기서 넨도는 다시 ‘아이디어’로 돌아간다. 오오키는 디자인 회사를 차별화하는 요소는 아이디어라는 판단을 했으며, 이 회사에서만 내놓을 수 있는 아이디어 때문에 지구 반대편에서도 클라리언트가 1년을 기다리기까지 하면서도 디자인을 의뢰한다고 판단했다. 넨도는 밀라노 국제가구엑스포에 가구 디자인을 출품하는 개인 디자이너의 현실적으로 먹고 사는 구조를 이야기하면서 아이러니하게도 아이디어 많은 디자이너가 돈을 더 못번다고 말한다.

밀라노 국제가구엑스포에 출품해서, 톱브랜드에서 가구를 런칭하게 되었다 치더라도 극심한 경쟁 이후 살아남은 극소수의 디자이너에게만 그런 기회가 돌아간다. 그 기회를 얻을 지라도 큰 돈 벌기 어렵다. 이탈리아 브랜드를 위해 50만 원짜리 가구 디자인 작업한다고 가정했을 때, 프리젠테이션용으로 모형, 그래픽, 도면 샘플 시제품 등 이런 과정 지나고 나면 남는 돈이 없다. 비행기, 배송비 등도 마찬가지고 제작 기간도 1~2년에 연 7~8회 이상 비행기를 타고 왔다갔다 하고 나면 무조건 적자다. 상품화가 결정되더라도 문제는 지속된다. 발표하고 판매되면 이탈리아의 경우 보통 3%정도 로열티가 지급되는데, 의자 하나 팔면 5천원이다. 1년에 만 개 팔면 히트라고 할 정도로 작은 시장에서 히트 하더라도 로열티로는 500만 원밖에 벌지 못한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 시스템에서 디자인 회사, 디자이너가 살아남긴 어려울 수 밖에 없다. 여기서 디자인 회사를 시작하려는 사람은 선택을 해야 한다.

디자인 품질을 중시할 것인가 아니면 공장인가. 아이디어로 승부하고, 그래서 차별화하고 어떻게든 경제적으로 회사 안정화시켜서 우수 인재 확보하고 육성시킬 방법이 없나. 넨도는 이런 고민에서 탄생했다고 한다.

넨도는 디자인 업계 딜레마와 정면 승부하겠다는 결정을 했다. 오오키의 디자인 방법론과 아이디어에 기대긴 했지만 잘 살아남았다. 넨도는 높은 품질의 디자인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겠다는 목표, 하나의 사고방식으로 다른 회사에서 응용가능한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오오키가 이런 생각을 할 수 있는 이유도 설명하는데, 먼저 전형적인 디자인 회사에서 근무한 적이 없다는 사실이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생각에 한계를 만드는 프레임 워크가 없다는 것이다. (오오키는 열아홉에 무역회사 이후 인재파견회사 창업/운영) 또한 그가 압도적인 디자인 재능이 없다는 것을 인식한 것도 큰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스스로 특출난 재능의 소유자가 아니었음을 고백한다.

넨도의 전략은 오오키의 디자인 업계에 대한 통찰력으로부터 나왔다. 디자인 회사에게 크리에이티브함을 결정짓는 요소인 아이디어가 차지하는 비율은 10~20% 정도 밖에 안 된다는 사실을 파악했으며, 아이디어는 차별화 요소지만 활약할 상황은 매우 적다고 판단했다. 아이디어의 절반도 실현시키지 못하고 끝나는 경우가 대다수라고 보았다. 오오키는 아이디어를 발전시킬 계획과 관련 업무를 진행할 그림을 그린다.

아이디어 기반의 디자인 회사가 되기 위한 업무 분류

  1. 아이디어를 실현하기 위해 환경과 상황의 토양을 일구는 업무
  2. 아이디어를 클라이언트와 함께 키워가는 업무
  3. 아이디어를 실현하기 위해 수확하는 업무

또한 100점 짜리 아이디어 하나를 얻기 보단 70~80점짜리 아이디어 여러 개를 얻겠다는 전략을 세운다. 디자인을 하는이상 결과 추구는 당연하다. 넨도의 목적은 클라이언트의 기대를 넘어서는 것을 디자인 회사로서 살아남는 결정적인 요인으로 보았다. 디자이너로서 큰 리스크는 클라이언트의 기대를 파악하지 못하는 것이며, 이런 사태를 피하기 위해 넨도는 프로젝트 초기 오리엔테이션 단계를 설정했다. (사실 이 부분이 디자이너가 정말로 못하는 것들이라는 생각이 들고, 넨도는 이 부분을 정말 잘 파악했다.)

오리엔테이션 단계

  • 회사의 역사와 현재 상태와 이후의 방향성
  • 만들어갈 제품/서비스의 위상
  • 구매층
  • 단기 목표와 장기 비전
  • 매장 환경
  • 경쟁상품의 동향
  • 구매자의 기대
  • 과거의 성공

체험, 실패사례 등 클라이언트에 대한 정보가 많을수록 기대치를 구체적으로 가늠할 수 있다. 재능 넘치는 디자이너가 빠지는 함정은 클라이언트의 기대치를 인식하지 못하는 것이다. 반대로 클라이언트가 원하는게 뭔지 모르거나 기대하는 바가 없는 경우 이런 프로젝트는 거절한다고 한다. 기대하는 바를 알아야 도달할 수 있고, 넘어설 수 있다. 디자이너는 이 오리엔테이션에 참여해야 하며, 함께 만들어 간다는 생각으로 상대방의 기대가 무엇인지 파악해야 한다. 논의를 거듭하면서 기대를 새롭게 설정하는것도 가능하며, 대화를 통해 서로가 하나의 이미지를 공유해야 한다.

넨도는 특정 디자인분야만 고집하지 않는다. 같은 사실이라도 외국에선 인정받지만, 국내(일본)에서는 조롱받았다고 한다. 국내에서도 살아남기 위해 다양한 분야의 작업을 하는 회사는 토탈 디자인이라고 조롱받고 있는 현실이다. 하지만 장점은 있다. 서로 다른 장르의 창작 과정을 반복하면서 클라이언트의 메시지를 입체적이고 정확하게 나타낼 수 있다. 또한 아웃풋이 늘기 때문에 클라이언트의 기대치를 충족시키고 결과물을 뽑아낼 성공률이 높아진다.

넨도는 어떻게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경영하는가

작업 중 비용, 스케줄 등 벽에 부딪히면 클라이언트에게 치명적 손해를 입힌다. 반드시 복수의 안을 제시해야 하며, 우선순위를 조정해야 한다. 이미지를 떠올리지 못하는 클라이언트의 경우에는 준비를 더 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클라이언트와 같은 아이디어를 공유하는 것이다. 넨도는 회사의 경쟁력이 되는 아이디어를 발전시키고, 다른 리소스는 효율성을 극대화하여 업무를 최소화한다. 70점짜리 아이디어를 많이 발견한다. 클라이언트의 기대를 넘어서는 프리젠테이션 자료를 3배속으로 준비한다.

업무 처리 속도가 빠르면 선택지가 늘어난다. 디자인은 오래 잡고 있는다고 잘 풀리는건 아니다. 기술자의 퀄리티 문제라면 모르지만 디자이너의 영역이 아니다. 넨도는 빠른 만큼 혁신이 나오길 기대했다. 컨베이어밸트 식의 디자인 아웃풋 생산을 위해 급박하게 처리하는 것과는 차이가 있을 것이다.

  1. 오리엔테이션 중 떠오르는 아이디어를 담당 디자이너에게 전달
  2. 클라이언트의 분위기, 특징, 고려할 점 전달
  3. 복수의 디자이너가 모여 브레인스토밍 하지 않음. 아이디어의 신선도 떨어지기 때문
  4. 2~3일 후 모형과 CG 완성. 이를 위해 3DP 3대, 절삭기 1대 레이저 컷팅기 3대를 24시간 풀가동
  5. 모형을 들고 가면 퀄리티가 비약적으로 높아짐

출장갈 경우 국제택배로 모형을 옮기고 확인한다. 호텔을 떠날 때 파쇄한다. 바쁠 경우 모형 하나를 디테일하게 수정한다. 이런식의 프리젠테이션이 주 3~4회 되고, 신규 클라이언트들과의 작업도 비슷한 수준으로 진행된다. CG는 배경색, 바닥 윤기, 형태 느낌 등 가능한 이미지화하기 쉽도록 미세조정한다. 이런 방법으로 스피드와 퀄리티는 보장한다. 연 250개 이상의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이는 인재 양성에도 좋음. 신입 디자이너에게도 단기간 많은 경험이 쌓인다.

넨도는 공간디자인 총괄 담당자 1인, 매니지먼트 담당자 1인, 대표 디자이너 1인이 주요 멤버이며, 문제가 생겨도 신속히 대응할 수 있는 태세를 갖추었다. 공간 디자인 총괄 담당자는 각국 현장을 체크하며, 대표는 제품디자인, 그래픽 등 모든 샘플을 확인하고 품질을 관리한다. 매니지먼트 담당자는 이미지를 정확히 담아 검토하고 소통하는 역할도 맡는다. 마케팅에 투자를 하며 각종 미디어에 노출시켜 넨도를 홍보한다.

최근에는 다른 사람에게 돈을 벌게 해주는 서비스가 성공한다는 관점으로 스타트업 / 서비스를 바라보고 있다. 꼭 돈이 아니더라도 생산성이나 경험 등 무형의 가치를 제공하는 것들도 포함된다. 돈은 그 중에서 가장 강렬하고 플랫폼을 만들기 때문에 더욱 부각되어 보일 뿐이다. 에어비엔비는 빈 집을 가진 사람들에게 돈을 벌게 해주었고, 우버도 같은 맥락이다. ‘넨도 디자인 이야기’라는 이 책의 표지에는 “판매와 직결되지 않으면 디자인이 아니다.” 라는 말이 쓰여 있다. 디자인 회사도 마찬가지다. 넨도의 창업자 오오키는 디자인 회사가 전달해야할 핵심 가치를 정확하게 바라보았다. 디자인을 의뢰하는 클라이언트는 투자를 통해 더 큰 가치를 얻길 원하며, 넨도는 아이디어로 이 문제를 해결해준다. 창업자의 의지와 통찰이 넨도의 생명력과 방향성을 주었다. 디자인이라는 사업 자체는 비교적 적은 투자로 가치를 지닌 서비스/제품을 만들어내고,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하나의 무기와도 같다. 디자인에는 아이디어가 있다. 현실적(이성적)으로 프로그램을 개발해서 판매해야 하는 IT분야와 비교했을 때, 판도를 뒤집을 수 있는 큰 변수가 되는 것이 아이디어이다. 디자인을 배우지 못한 사람이 40년 이상 전문적인 디자인 일을 한 사람을 뛰어넘을 수 있는 유일한 분야가 디자인이 아닐까 싶다.

디자인에 늘 관심을 갖고 있지만 현실적인 벽을 넘는 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문제고, 이런 상황에서 성공적으로 이끌어 가고 있는 넨도도 정말 대단하다. 앞으로 어떤 컨셉으로, 어떤 디자인적 가치관과 방법론을 구축하고 전략을 세울지, 어떤 가치를 전달할 지, 어떻게 스타트업할 지 고민할 기회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