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에 관심이 생긴 10대

나는 20살 이전부터 창업에 관심을 가졌다. 정확한 이유는 잘 모르겠는데, 중학교 때 우연히 읽은 빨간색 책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10대, 그 결정적 시기에 하필 나는 우연히 그 책을 읽어 버렸다. 용어도 모르면서 그냥 무작정 읽었고, 이후 연이어 출판된 그 작가의 모든 책을 읽었다.

생활기록부에 쓴 내 장래희망은 늘 사업가였다. 디자인과를 선택한 것도 비슷한 논리였다. 정말 단순한 논리로 사업을 하긴 해야겠는데, 어떤 아이템을 잡아야 할지 모르겠으니 일단 내가 가진 약간의 재능인 미술을 살려보자. 공간 디자인을 선택한 것은, 막연히 이걸로 뭔가 해볼 수 있다고 생각했다.

창업(인 척 했던 놀이) (1)

20살 새내기 시절에 친구 몇 명이 모여 구제 쇼핑몰을 차렸다. 돈 없던 학생에게 구제 시장은 신세계였다. 광장 시장을 시작으로 고양시까지 원정을 다녔다. 그리고 이걸 싸게 사입해서 팔아보자고 이야기가 나왔고, 꿈에 부풀어 있었다. 돈을 모아 몇 백만원을 주고 회원 수가 천 여명되는 쇼핑몰을 샀다. 아마 카페24 같은 솔루션으로 된 사이트였다. 사입을 다니면서 촬영을 했고, 포토샵으로 편집을 했고, 실측을 해서 사이트에 올렸다. 사실 지금 생각하면, 매번 상품상세를 만들어야 하므로, 노동비가 더 많이 드는 사업이었다.

사실상 리더 역할을 했던 친구가 한 80% 이상 끌고 갔던 사업이었다. 창고를 구해야 했는데, 나는 자취를 했으니 안 되고, 본인의 개인 옷장을 구제 옷으로 가득채워 창고로 만들어, 택배까지 보냈다. 최소한의 팀의 개념과 문제 해결 관점에서의 아이디어 그런건 없었다. 그냥 소소하게 팔았고, 겨울 쯤 되니 장사가 잘 안 되더라.

다시 쇼핑몰을 어딘가에 매각했고, 학생치고 큰 손실은 없이 접었다.

창업 (2)

군대 전역 후 2011~12년 쯤 스마트폰이 나오던 시절 방학에 뭔가 창업 활동을 해보고 싶었다. 네이버 카페였던 것 같은데, 창업 멤버를 구한다는 곳에 지원해서 디자인을 맡았다. 대표와 개발자로 구성된 팀이었는데, 제품(웹사이트)가 이미 나온 팀이었다. 나는 UI/UX 디자인을 맡아, 사이트도 만들고 기획서도 써봤는데, 결국은 오퍼레이터 역할이라 내가 원하던게 아니었다. 두 세달? 만에 빠르게 나왔다.

창업 (3)

좁았지만 열정 가득했던 사무실

다시 다른 팀을 찾았다. 안드로이드 배경화면 뒤 광고 앱을 만들어 사용자에게 리워드를 주겠다는 서비스였는데, 위젯을 뜯어 고쳐, 테마를 만드는 수준의 작업으로 기억한다. 안드로이드 개발자가 여러 번 바뀌는 것을 경험하면서 초기 스타트업에서 개발자의 중요성을 알게되었다. 이것 저것 제품 개발도 하면서 영업도 했다. 초기 투자를 위해 이곳 저곳 피드백을 받으러 다녔는데, 다소 부정적인 평가를 받다보니 팀이 와해되더라. 다시 팀을 재정비했으나, 조금 버티다가 나왔다.

창업 (4)

3D 프린터로 만든 장난감 프로토타입

졸업 후 3D 프린팅 공모전에 수상하면서 아주 작게 시작했다. 귀여운 수준이지만 바로 현금을 벌었다. 3D 프린터로 대학생들의 과제 때 쓰는 제품의 제작을 도왔다. 3D 프린터를 활용해볼 곳을 찾다가 어린이들의 미술 활동으로 눈을 돌렸다. 아이들이 그림을 그리면, 장난감으로 뽑아주는 서비스였다. 유치원을 컨택해 원아 30명 정도 되는 반을 맡았으나, 가격이 맞지 않았다.

멤버 한 명이 군대를 가면서 접었다. (그 핑계로 같이 접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프로덕트-마켓 핏이 맞지 않았다. 제품 하나에 들어가는 단가가 시장가와 맞지 않았던 것은 물론, 대체제도 많았다. 문제 해결보단, 기술을 어디에 활용할 지를 찾다보니 방향성을 잡기가 쉽지 않았다.

이런 저런 일들을 20대 중반까지 겪다가 이후 개발자가 되었다.

직장인에서 창업가로

개발자가 된지 5년이 넘어가는데, 이것 저것 다 좋았다. 돈 없던 20대에서 생활도 안정적으로 변하고, 규칙적인 리듬이 있으니 계획을 세우며 살 수 있었다. 뒤늦게 시작했기에, 회사에서만으로 부족했던 성장을 외주도 종종 하면서, 성장할 기회를 스스로 찾았다. 하지만 창업에 대한 꿈은 늘 품고 있었다.

결단을 내렸다. 나이를 더 먹고, 가족 등 책임이 생길수록 큰 결정이 어려워 진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냥 지르기로 했고 면담할 때 마음을 드러내버렸다. 결국 올해 초 11번가를 퇴사했고, 작년부터 조금씩 이야기를 나누던 (날 꼬득이던) 멤버들과 본격적으로 창업을 했다.

계속 그렇게 삽질 중

이번에는 조금 다르게 접근하고 있다. 주먹구구식이지만, 젊은 패기로 으쌰으쌰 하던 때와는 다르게 접근을 하고 있다.

확실히 실전은 또 다르지 않은가? 첫 고객을 만난 뒤 바뀌지 않는 계획은 없다고… 첫 기획과는 많이 바뀌었다. 다만 계속 변화를 주면서 프로덕트-마켓 핏을 맞추기 위해 계획을 세우고 실행을 한다.

심리적으로도 그렇고, 물질적으로도 정기 급여를 받지 못하는 상황에 있는게 편하지 않았다. (그래서 어떻게든 매출을 만들어 내야만 한다!)

잘못하다간 큰 일 난다는 마음과 반드시 해내야 한다는 마음이 부딪히며 그렇게 하루 하루를 버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