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이너도 시장에 대해 알아야 한다.

과거 내가 졸업한 공간 디자인학과에서는 디자인 매니지먼트에 교육에 소홀했다. 스튜디오로 취업을 한다면 대기업으로 이직을 하거나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스타트업하지 않는다면 결국은 클라이언트 사업 기반으로 스튜디오를 창업하게 될 것이 분명하다. 스튜디오 쪽으로 가서 디자인 역량을 표출하는 것은 학과에서도 권장을 하는 일이다. 몇몇 선배들은 이미 스튜디오를 운영중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니지먼트에 관한 이야기는 스튜디오 수업에서 조차 한 마디도 듣지 못했다. 왠지 모르게 돈과 관련된 일이라고 하면 쉬쉬하는 분위기도 한 몫 하는데, 이는 디자이너가 될 학생들의 기업가 정신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최근 몇 년 졸업생들을 보면 대부분 안정적으로 보이는 대기업의 디자인팀이나 마케팅, VMD 쪽을 선호한다. 이 선택을 비난하는 것은 아니지만, 스튜디오에서 일하는 인테리어 디자이너는 돈 못벌고 고생한다는 부정적인 분위기 자체는 큰 문제이다. 학과의 비전이 사라지는 일이 될지도 모른다. 이 문제를 타개하는 방법은 기업가 정신이다. 우리 학과의 발전을 위해서라면 누군가가 롤 모델이 되어야 한다. 예술가 디자이너도 사업할 수 있다. 이 시대의 위대한 예술가는 모두 부자이다.

관심 많은 나도 이제서야 시장을 조사하고 아이디어를 모아본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졸업하고 2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인테리어 업계에 대한 시장 조사를 해본다. 사실 지금 나의 상황과는 전혀 동떨어져있는 분야일 수도 있다. 그런데 이상하게 계속 미련이 생기고 관심이 간다. 내가 해결할 문제를 디자인 분야에서 찾고 싶다는 생각이 가시질 않는다. 이제 어느 정도의 MVP를 생산할 능력을 갖추었고, 이런 저런 아이디어를 모으고 있다. 몇 일 동안 아이디어를 생각하는데 초점을 맞추며 돌아 다녔다.

인테리어 시장

인테리어 시장은 정확한 추산이 어렵다. 인테리어라는 단어 자체가 가지는 범위가 넓고, 리모델링, 신축 등 분야도 다양하다. 하지만 범위가 넓기 때문에 특정 분야에 한하여 칭하긴 어렵다. 때문에 참고 기사의 자료와 함께 조금씩 살을 붙여보기로 한다. 2016년 리모델링 시장 규모를 약 30조 원으로 본다. 불황 이후 침체중인 건설/부동산 시장과는 달리 비교적 저렴하면서도 만족할 수 있는 경험을 주는 셀프 인테리어와 함께 홈퍼니싱의 시장 규모는 11조 원에 달한다. 큰 물건의 구매보다는 작은 물건을 구매하며 만족을 얻는 식이다.

이런 추세와 함께 주로 수익모델이 확실한 건축 자재 사업을 주도했던 국내 대기업의 경우 홈인테리어 시장에 적극 문을 두드리고 있다. 특히 가정을 대상으로 브랜드를 런칭하면서 시스템 가구 등을 판매하고, 시공까지 진행한다. 이케아의 국내 진출 이후 국내 가구 업체들도 신사업에 적극 참여하려는 경향이 돋보인다. 스마트홈과의 결합으로 가구를 생산하긴 하지만 의미있는 성과는 미미해보인다.

홈퍼니싱의 상승세와는 달리 상업 공간 인테리어의 경우 지속적으로 침체가 되어왔다. 인테리어는 인테리어 자체만으로 수익모델이 되지 못한다. 때문에 다른 경제 지표의 영향이 크다. 소규모 업체의 경우 제 살 깍아먹기식의 가격 경쟁으로, 무턱대고 일을 수주하면서 망하는 곳도 많다. 인테리어 일의 경우 사람의 손을 타는 일이기 때문에 정확한 손익계산이 어렵기도 하다. 하자가 있을 경우 비용을 더 부담해야하는 식이다. (그러나 대안은 반드시 있다고 생각한다) 일반 인테리어 업체는 70% 이상이 개인 사업자로 구성되어있고, 1500만 원 이하의 소규모 공사는 허가가 불필요하기 때문에 집계하기 어렵다. 인테리어 업계의 경우 특히 소비자와 생산자 간의 정보격차가 심하다. 소비자는 세부적인 시공 과정이나 하자 등의 문제에 대해 접근하기 어렵고, 생산자는 생산자대로 고객을 만나는 접점을 얻기 어렵다. 때문에 주로 입소문이나 소개 등으로 수주를 하게 된다.

개선할 여지가 너무도 많은 인테리어 시장에 반드시 IT가 들어오겠다는 생각을 늘 하고 있었는데, 몇 년 전부터 O2O 서비스가 범람하면서 인테리어 스타트업도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다. 오프라인과 온라인을 연결한다는 것이 어려운 플랫폼 사업으로 봐야 하지만 인테리어의 경우 특히 어렵다. 인테리어 시공 자체만 바라볼 때 사람의 손 말고는 딱히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때문에 많은 인테리어 스타트업은 고객과 업체를 연결해주는 중개 서비스를 주로 운영하고자 한다. 이들은 업체의 포트폴리오, 고객의 취향 분석 후 연결해주거나, 영감을 주는 이미지, 신뢰를 실제 시공자의 사진으로 표현하는 등 다양한 접점을 통해 고객과 업체를 연결해주고 있다. 몇몇 업체들도 이미 이들의 존재를 알고 발빠르게 콘텐츠를 채우는 곳들도 있는 걸로 보인다. 하지만 아직 게임 체인저는 나타나지 않았다. 해외에서도 유사한 비즈니스가 꽤 보인다. 중국에서는 연 700조가 넘는 중국의 규모의 경제를 바탕으로 치지아망(齊家網), 투빠투(土巴兎), 투바슈(土撥鼠) 등의 업체들이 경쟁하고 있다. 주목할만한 점은 에스크로 결제와 유사한 방식으로 공사대금을 시공상태를 확인한 후 지급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반면 VR 등 신기술을 바탕으로 아예 다른 방법으로 진입하려는 곳들도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 중국에서는 특히 하이얼 등의 가전제품 기업들도 O2O 제품을 생산하며 시장 진입을 시도하고 있다. 실리콘 벨리 등 서구권에서는 전통적으로 홈인테리어에 관심이 많았던 만큼 가정을 타겟으로 하는 서비스가 주를 이룬다.

결론

시장 조사 분석 자체가 목적이 아닌 만큼 시장 조사는 어느 정도의 업계의 상황만 파악할 수 있도록 마무리 하려고 한다. 내가 직접 현업에서 일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왜곡되었을 수도 있다. 어느 정도 다른 인테리어 스타트업의 제품은 어떤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고 어떤 솔루션을 가지고 나왔는지에 대해서 대충 파악을 했다. 사람의 생각이 다 비슷비슷한 만큼 나타나는 서비스들도 비슷한 양상을 보인다. 이러다가 결국 하나의 서비스로 귀결될텐데, 결국 다른 분야의 모습과 마찬가지로 2~3개의 서비스가 독점하게 될 것으로 본다. 하지만 인테리어 시장의 파편화가 워낙 심하고, 인테리어 공사 자체가 인생에서 자주 하지 않게 되는 일인 만큼 하나의 서비스로 귀결되기 어려워 보인다. 사실 그 정도로 좋은 서비스가 아직까지는 없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어느 분야에서든 경쟁자는 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어떤 문제를 해결할 것인지, 그리고 어떤 가치를 제공할 것인지이다. 아직까지는 나도 아이디어를 찾아보는 단계이기도 하고, 내 전공인 만큼 아이디어가 꽤나 잘 떠오른다. 하지만 내 역량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라면 다른 곳으로 눈을 돌릴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가능성이 보인다면 MVP를 만들고 사람들에게 전달해 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