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건너뛰기

"team" 태그로 연결된 1개 게시물개의 게시물이 있습니다.

모든 태그 보기

3년 회고, 그리고 최근

· 약 15분

지난 3년

MHP, 모빌리티 허브 플랫폼

이 조직에 속한 지, 3년 5개월이 지났다.

소프트웨어 개발 분야로 일하기 시작하고, 운 좋게 처음 만난 개발 조직에서 멘토를 만났다. 당시 그 분의 블로그를 유의 깊게 보고 있었는데, 그분이 속한 회사를 알아내 지원했었다. 각자의 길을 갔지만, 수 년 간 수시로 조언도 받고 하다가, 2022년, 그 멘토분이 조직장인 팀에 합류했다. (이러 저러한 사정이 있었는데, 11번가에서 함께 하던 분들에게는 정말 죄송한 일이었다.)

코드 한 줄 없지만, 팀 빌딩부터, 사무실 구조, 시스템 아키텍처, 제품의 미래까지 하나 하나까지 디테일하게 설계되어 있었다.

첫 시작

초기 멤버 구성은 도메인 지식, 현대적인 기술력 두 가지의 축이 차집합인 상황이었다. 나는 도메인 지식은 0 이지만, 모던한 기술/문화 수준을 가졌다는 포지션이었다. 2022년 KPI 중 하나가 Site Developer가 있었는데, Site는 도메인, Developer는 기술력을 말한다. 도메인지식과 기술력을 합집합이 되어야, 세계 최고의 데이터 플랫폼을 만들 수 있다는 계획이었다.

사실 MHP는 데이터 플랫폼이다. 아직도 팀의 제품을 사용하는 소비자와 관계자는 주차장 전용 프로그램으로 인식한다. 하지만 플랫폼으로 설계되어있어서, 모든 IT 비즈니스를 얹을 수 있다. 어느 비즈니스든 연결 가능한 구조이다.

시작할 당시 소속된 우리의 조직이 주차 회사였기에, 주차 도메인의 비즈니스를 붙인 것이다.

첫 합류 시기에 나는 주차 도메인과 비즈니스에 대해 전혀 몰랐다. 당시 국내 최고의 모빌리티 전문가 세 분에게 과외 수준으로 수개월 간 그들의 경험과 도메인 지식을 습득했고, 세 분의 평가로 개인 KPI를 달성한다.

내 포지션

내 첫 포지션은 프론트엔드 개발자였는데, 기존 주차장 시스템을 전혀 몰랐기 때문에, 내가 가진 상식이 곧 가장 현대적이고 선진적인 시스템이 되었다.

요금제를 설정한다고 치자. 나에게는 사용자에 대한 고려가 너무도 당연하다. 이걸 다루는 관리자가 불필요한 혼란 없이 UI를 다루어야 하는걸 디자인하고, 구현했을 뿐인데, 좋은 평가를 받았다. 기존 시스템이 그만큼 진보가 더뎠던 것도 있다.

기존의 주차 시스템에서 소프트웨어는 대부분 영세한 업체가 운영하고, 하드웨어/장비를 사면 끼워주는 CD같은 포지션이었다. 굳이 인터넷 연결? 필요없었다. 업데이트 하려면 현장에 가서 USB를 꽂는 식이다. 디지털라이제이션을 주도하는 입장에서는 가능성이 너무 큰, 노다지같은 도메인이다. 1년차에는 체력이 달릴 정도로 과하게 달리긴 했다. 프론트만 하진 않았다. UX/UI 디자인도 같이 했는데, 애초에 혼자 다 한다는걸 상상하지 못하니, 어필할 기회도 없었다.

런칭

팔 수 있는 수준까지 만드는데 9개월 정도 걸렸다. 1주단위 스프린트를 수 십 번 달렸고, 첫 현장 "안산월드타워"에 운영을 시작했다.

MHP는 현장 데이터를 클라우드와 주기적으로 동기화하는 반 쪽짜리 클라우드가 아닌, IoT 하드웨어부터 엣지를 거쳐 중앙의 클라우드까지 모던한 기술과 아키텍처가 적용된 세계 최고 수준의 데이터 플랫폼이라고 자부한다.

3년이 지난 지금은, 데이터 플랫폼으로서 600개 이상의 현장이 우리 시스템을 이용하고 있다. 매일 8천만 건 이상의 HTTP 트래픽, 15억 건 이상의 카프카, MQTT 이벤트가 발생한다.

기여와 성장

프론트만 하던 나는 이제 백엔드, 키오스크, 인프라, 엣지 컴퓨팅, 에이전틱 워크플로우까지 분야를 확장하며 성장했다. 일반적이지 않으니, 넓게 다루면, 얇은거 아니냐는 의심을 받기 마련이다. 일반적인 풀스택 개발은 한정된 시간/에너지 자원을 분할하기 때문에 어느 하나를 깊게 다루긴 어렵다. 대부분 주력분야 외 한 쪽은 그냥 사용하는 수준에 머무른다.

하지만 나는 백엔드-프론트 수준의 풀스택이기보단, 대용량 서비스를 운영하는데 필요에 의해서 로우 레벨까지 고려한다. 여느 SI 회사처럼 구현만 하고 납품하는 방식이 아니라, 매일 1억에 가까운 트래픽을 "운영"해야하기 때문에 깊은 수준으로 다루지 않을 수 없다. 예컨데, 일반적인 백엔드 개발자는 DB 성능 문제가 있다면 기계적으로 인덱스를 선택하지만, 인덱스는 쓰기 비용의 증가이기 때문에, 스키마 설계부터 다시 고려해야하는 대상이다.

HTTP 통신에서 타임아웃은 단순 타임아웃이 아니라, Connection, Read, Write 모두 고려해야 한다.

우리 팀 모두가 그렇다. 전통적인 개발 방법론, 프로세스의 역할과 도메인을 넘나든다. 기획자, 디자이너 없이 그냥 결과가 나온다. 뭘 하든, 무슨 일을 맡든 결과가 나오게 일을 한다.

이 정도 규모의 트래픽을 다루는데, 조직장을 포함해 6명을 넘은 적이 없던 팀 구성은 일반적으로 말이 안 된다. 시작이 0이었고, 리소스가 극도로 제한적이었기 때문에 일반적인 방법은 선택할 수가 없었다.

아무 것도 모르는 기획자 몇 명 뽑아, 일정 관리하고, 디자인 전달해서, 구현이 된다 어렵다 이야기 할 새가 없다. 그럼에도 결과가 나오는 이유는, 가장 적은 비용으로, 큰 가치를 내기 위해, 효과/효율적인 방법으로 접근, 실행하려고 노력하기 때문이다. 적절하게 기여하면서, 동시에 성장하기 위해 문화를 만들고 이끌어주는 리더가 있기 때문이다.

장단점

뭐든 장점만 있지는 않다. 약에는 반드시 부작용이 따른다. 조직의 여러가지 사정으로 팀은 그대로였으나, 소속 회사가 3년 간 2번이나 바뀌었다. 어디서 코드를 배껴왔냐는 둥 시기와 질투같은 풍문도 들었다.

우리는 적절한 시간을 투자해서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고 싶을 뿐인데, 생각보다 주변에서는 잘 도와주지 않는다. 10여 명이 회의에 참석했는데, 아무도 무슨 말을 하지 않는 적막 섞인 미팅에 갔을 때가 3년 전 어느 회의가 생각난다. 첫 현장 오픈하려고, 요구사항을 구두로라도 알려달라고 사정을 해서 겨우 받아 꾸역꾸역 오픈했다.

가끔 동료들과 우스개 소리로 스타트업의 단점과, 중견기업의 단점을 합쳐놓은 것 같다고 말하는데, 요즘 가끔 이렇게까지 해야하냐라는 생각이 드문드문 들기도 한다. 보상은 차치하고, 인정이라도 받으면 기분이라도 좋을텐데, 그런 피드백은 들어본 적이 드물다.

최근에는 채용을 위해 검토하는 지원자의 방향이 우리 방향과 너무 맞지 않아, 인사팀에 공고 링크를 요청하고, 수정하자고 제안하고, 얼마나 지원하는지 채용포털에서 제공하는 기본적인 데이터를 요구했다. 메일 발송 몇 분만에 참조에 걸린 직책자에게 다짜고짜 "팀장과 협의하고 보내는 거냐"고 전화오더라. 우리 팀은 담당자가 아니라, 각자 리더이다. 내가 팀장이 아니라 과장이더라도, 내가 보내는건 팀 전체의 의견으로 본다. 헛웃음이 나왔다. 그게 중요한가? 벽에 부딪히는 느낌을 받았다.

내가 할 수 있는 것

현재 4명으로 구성된 팀 구성원 한 명, 한 명이, "최소" 4.8명의 퍼포먼스를 낸다. 소프트웨어 회사로 발돋음 하겠다는 조직에서, 최소 4.8 이상의 생산을 할 동료를 뽑는데 이걸 모르는걸까.

나는 그냥 불필요한 이력서 검토와 면접에 들어갈 그 시간이 아까웠다. 개발이 지연되고, 내가 목표로 한 스프린트의 업무를 처리 못하면서 면접에 들어가는 내 시간이 너무 아까워서, 우리와 같은 비전을 바라 볼 동료를 찾기 위해 지극히 상식적인 제안을 한건데, 공격으로 받아들이는 걸까?

모두가 내 생각, 뜻이 맞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직장에 다니면서, 인생을 살면서든, 내가 컨트롤 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고 인정한다.

내가 걱정하는 부분은 내 합리적인 말들이 받아들여지지 않는 경험 그 자체이다. 부정적 리액션을 받게 되면 내 무의식은 불필요한 갈등, 불쾌한 상황을 피하기 위한 부적 강화를 학습한다. 더 나은 방향이 있을 때, 용기있게 말할 수 있어야 우리 모두에게 도움되는게 아닌가 싶은 내 생각은 변함이 없다.

일단 이슈를 팀에 오픈하고, 리더와 콘텍스트를 작성했다. 그리고 MHP팀 전용 채용 페이지를 오픈했다. 그냥 "채용 포털 계정" 주세요 부탁해서 제목과 본문을 모두 수정하고, 얼마나 지원하는지, 어떻게 해야 더 좋은 지원자가 유입 될 지 데이터를 분석하기 위해 여러 장치를 두었다.

어찌 됬든, 내가 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해야 후회가 남지 않다고 판단했다. 결국 중요한 건 내가 다룰 수 있는 영역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 그리고 그 과정을 기여와 성장을 함께 할 동료들과 함께 성장을 이어가는 것이라 믿는다.